강철기 KANG Choulgee 1965
강철기의 그림은 물감을 섞지 않은 원색의 아름다움으로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가의 작업실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성큼 다가서는 그 강렬하고도 눈부신 색채의 향연에 그만 단박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화폭엔 고즈넉한 밤의 정취가 오롯했고, 황톳빛으로 물든 세계는 해질녘의 아련함을 온몸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때론 붉은 색으로, 때론 초록이나 보라색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그 세계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을 품고 있었다. 그 속에선 봄이 되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또 겨울이 오듯 어김없이 순환하는 계절의 변화가 숨 쉬고 있었다. 그 찬연한 색채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그림에 바짝 다가서니 비로소 붓의 흔적이 보인다. 놀랍게도 균일한 원색이 아니다. 여러 색이 층을 이루고 있다. 화가는 원하는 색감을 얻을 때까지 여러 번 거듭해서 색을 층층이 쌓아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 비로소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