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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작가

김인화 KIM In-hwa 1943

 김인화

장르

서양화

학력사항

  • 1973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이수, 관동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
  • 1961 서라벌예술대학 (현, 중앙대학교) 졸업

평론글

따스한 시선이 만들어내는 추상과 사실의 이중주

신항섭 / 미술평론가

그림은 화가 스스로의 인품을 반영한다. 이는 정신 세계를 추구한 동양의 문인화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그림은 어떤 경우에라도 화가 자신의 내면세계, 즉 정신 및 감정의 한 표현이기에 그렇다. 설령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실적인 표현 양식의 그림일지라도 소재 선택을 포함하여 색채 이미지 구성 구도 명암 또는 정서적인 측면 어느 곳에든지 화가 자신의 성정이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그림은 단순히 손의 기술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내면 세계가 담긴다는 뜻이다. 내면 세계는 그림에 내재된 의미, 즉 제재 또는 내용을 뜻한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다 보면 그림이란 한 화가, 즉 예술가의 개인적인 인생관의 총체적인 표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김인화는 화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따스한 풍모를 지니고 있다. 세상사에 대한 일체의 고민을 놓아버린 듯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그 자신에게는 도무지 나쁜 일이라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처럼 편하게 보이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서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유추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싶다. 그림이 인품을 반영한다고 한다는 관점에 서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추측은 실제와 다르지 않다. 그의 그림을 보면 소재 및 제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감상자에게 아주 편히 다가온다. 이러한 느낌은 아마도 부드럽고 따스하며 정제된 듯한 색채이미지 및 묘사기법에서 비롯되리라는 생각이다.

붓 터치는 곱고 부드럽다. 공격적이지 않고 순응하는 쪽이다. 그와 같은 붓 터치가 지어내는 형태는 나긋나긋하여 흡사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다. 무언가 포근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도 없지 않다. 한마디로 차가운 현실적인 감정과는 달리 꿈꾸는 듯한 낭만적인 표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감각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시선은 현실을 주시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실상을 재현한다. 그러면서도 실제의 형태미를 그대로 복사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재라고 할지라도 일단 그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정으로 용해시키고 걸러내어 현실과는 또 다른 회화적인 이미지로 재생산해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만의 성격, 즉 조형적이고 정서적인 특징이 형성되는 것이다. 부드럽다든지 따스하다든지 또는 포근한 이미지는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그림이 지닌 고유의 정서이다. 그림의 정서는 감상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의 그림이 지니고 있는 힘은 바로 감상자의 시선과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에게 그림은 세상과의 소통, 즉 대화를 위한 제안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고수한다. 다시 말해 그림이란 어떤 경우에라도 감상자와의 편안한 대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림이 주는 정서적인 효과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아름답고 그래서 정서적으로 편안해야 하며, 또한 그림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러한 일반적인 요구에 성실히 답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창의성이란 문제와 관련해 항상 새로운 조형세계를 모색하고 탐구한다. 사실적인 형태에 추상적인 이미지를 대입하는 것도 창작의 윤리성에 대한 그 자신의 입장천명이다.

그의 그림은 대략 산을 포함한 자연풍경 및 연과 수련 그리고 누드와 소수의 인물로 요약되는 데 한결같이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순화된 이미지로 일관한다.
물론 그 숫자는 많지 않으나 정물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의외로 시야가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산과 연 수련이 압도적으로 많다. 숫자로 비교할 때 산과 연 그리고 수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제재를 반복적으로 그린다. 어찌 보면 소재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법하다. 수십 년 동안 이들 제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무엇 때문일까. 이처럼 한정된 제재를 탐닉하는 것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 또는 성정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즉 그 자신의 일상생활은 물론이요, 예술활동과 관련한 행동반경을 의식적으로 넓히지 않으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화려하고 번다한 생활 태도를 좋아하지 않는 소박한 성격인 그로서는 시선을 좁히려는 태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적인 충실 쪽을 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정이 그림에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동일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의식의 심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면 세련된 조형감각에 대한 이해가 뒤따르기 십상이다. 그렇다. 그는 그림이란 소재 및 제재의 다양성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제한된 소재에 전념함으로써 기술적인 숙련에서 비롯되는 세련된 조형미를 얻고자 한다. 하나의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릴 경우 기술적인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심상이 명확해지기 마련이다. 심상이 명확해지면 마침내는 소재를 보지 않고도 상상이 이끄는 대로 이 때부터는 형태해석과 관련해 다채로운 조형의 변주가 시작된다. 연꽃 하나를 그리더라도 다양한 형태해석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뿐더러 표현방법 및 기법과 더불어 시점의 변화에 따라서도 형태 변조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동일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린다고 하여 소재주의에 빠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동일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그림으로써 스스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 선행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표현방법 및 기법을 통한 새로운 조형적인 실험을 유도하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실제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연꽃이라는 소재에 탐닉한 결과 다양한 표현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극사실적인 재현으로부터 반추상적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연꽃의 형태가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조형적인 변주는 동일한 방법으로 새로운 소재 만을 찾아가는 작업 방식보다 훨씬 창의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연과 수련이라는 소재의 경우 다채로운 조형적인 변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음악에서 변주곡이 오리지널 곡보다도 아름다운 경우는 얼마든지 있듯이 그의 그림에서도 이미지 변주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적지 않다. 소재 배치에 따른 구성의 변주는 물론이요, 표현기법 및 표현방법 그리고 색채이미지의 변주는 음성언어의 동어반복과 같은 지루함과는 완연히 다른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한마디로 조형언어로서의 그림의 묘미란 바로 구성이나 구도 그리고 채색의 차이에 따라 전혀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데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동일한 소재를 계속적으로 다루다보면 창의성을 윤리로 하는 예술가는 필시 염증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동어반복이 가져오는 지루함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는 소재를 바꾸든지 아니면 기법이나 표현방법에 대한 연구가 하나의 해결책인데 그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들 소재를 바꾸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셈이다. 그로부터 이들 소재는 아주 다채로운 모양으로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한 작가의 작품에서 그것도 하나의 소재가 그처럼 다양한 이미지로 해석되고 있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그는 소재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조형적인 변화를 모색해온 것이다.

그는 사실주의 미학으로 화가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적어도 재현성이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손의 기술이 언제나 자유롭게 응답한다. 덧붙여 조형적인 상상에서도 자유롭다. 이 정도라면 사실적인 묘사에 관한 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데까지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조형세계는 언제든지 견고한 사실적인 형태미를 근간으로 한다. 아무리 다양한 형태변조 즉, 조형적인 변주가 이루어질지라도 구체적인 형태를 외면하지 않는다. 설령 사실적인 형태를 해체하여 추상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다. 추상적인 이미지 가운데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그의 그림에는 사실성과 추상성이 공존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론적으로는 상충하는 이들 서로 다른 이미지가 하나의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어쩌면 모순 같이 들릴 수도 있다. 추상적인 표현과 구체적인 형태미가 공존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물론 반추상이나 비구상의 개념으로 보아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이미지와 사실적인 이미지를 공존케 하는데는 기술적인 문제가 필요하다. 추상적인 이미지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상충하지 않고 조화로운 관계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명암기법 및 원근법에 의한 사실주의 묘사기법으로는 안 된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배척하지 않는 가운데 구체적인 형태를 살리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야말로 그의 작업이 전통적인 사실주의 조형개념을 탈피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이렇듯이 현대적인 회화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탐구는 조형적인 변주로 구체화된다.

그의 작업은 유채화인데도 마치 수채화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선염기법이 이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감을 오일에다 물처럼 희석하여 사용함으로써 물감이 번져나가는 발묵 또는 선염과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수채화 또는 수묵화의 기법을 응용한 결과이다. 유채라고 해서 반드시 겹겹이 쌓아올리듯 진득하게 발라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어쩌면 현대회화가 공헌한 바는 재료 사용에 대한 전통적인 방법을 타파하고 다양성을 찾아냈다는 점인지도 모른다. 그는 유채화도 수채화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시각적으로 투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은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현대회화로서의 형식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유채라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표현력을 다양화하면서 추상성과 사실성의 화해와 공존의 묘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서양적이기보다는 보다 더 동양적이다. 유채화일지라도 그 조형적인 원리를 동양화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소재 및 제재부터 동양화의 화목과 일치한다. 산과 연이라는 소재는 수묵화의 전통적인 화목이었다. 더구나 그의 산 그림은 수묵산수와 합치되는 부분이 많다. 재료 및 표현방법만 다를 뿐이지 그 전체적인 이미지와 정서는 보다 수묵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수묵화 기법의 하나인 발묵법을 이용한대서만은 아니다. 구성이나 구도 그리고 소재의 배치방식에서 볼 때 수묵화와 유사하다. 만일 색채를 제거한다면 영락없이 수묵화로 착각할 만하다.

연을 소재로 한 경우에는 작품에 따라서는 연의 형태를 포함하여 소재의 배치 구성이 그대로 문인화의 표현방식과 일치한다. 파묵과 발묵을 병용하는 연 그림의 경우 문인화와 아주 유사한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오리나 잠자리 따위를 끌어들인 작품은 마치 수묵에다 채색을 덧붙인 문인화처럼 보인다. 이러한 시각적인 인상은 번짐 기법에서 비롯된다. 수채화나 수묵화처럼 물감이 기름에 섞이며 번져나가는 물리적인 성질을 표현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표현기법의 응용으로 인해 유채화에서도 얼마든지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을 대상으로 한 그림도 마찬가지다. 산 정상에 올라서서 멀리 내려다보는, 운무에 갇힌 주변 산들의 이미지는 수묵산수화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러한 산의 정경은 실제의 산행에서 보고 느낀 대로 재현한 결과이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원경의 산들은 그 개략적인 형태만을 보여줄 뿐 세부가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의 산의 형태가 이러하므로 세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 대강의 형태만을 잡아내도 능히 사실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수묵산수이다. 그의 산 그림 또한 이러한 시각적인 인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실제의 산행에서 뇌리에 박히도록 보아온 산의 형태는 그의 심상에서 간결한 이미지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략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수묵화의 정서와 일치하게 된 셈이다. 단지 재료만 다를 뿐, 한국 산의 실제 모양을 재현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는 수묵화의 조형적인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산이나 연을 소재로 한 작업이 수묵화와 동양적인 정서 및 기법상의 유사성을 가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마디로 그는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 자신이 보고 느낀 사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감성이 이끄는 대로 따르다보니 짐짓 자신도 모르게 동양적인 정서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서구유채화의 기법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에 그 자신의 표현감정에 솔직했다. 그래서 명암기법이나 원근법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작업 중에서도 연과 수련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목할 만하다. 형식적인 면에서 새로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그는 추상성과 사실성의 이중주라는 형식을 지향하고 있다. 추상적인 이미지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병존하는 형식미 자체야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은 어딘가 다르다. 추상과 사실이 만났을 때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정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실적인 이미지가 추상적인 이미지로 인하여 더욱 사실적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이미지가 존재함으로써 상충하기는커녕 사실주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 넘치는 사실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추상과 사실이 그처럼 기막히게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추상적인 이미지와 사실적인 이미지가 상충한다는 점이 막연한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가령 연잎이나 수련 잎은 추상적으로 표현되기 일쑤이다. 전체적으로는 둥근 모양의 잎을 보여주지만 연의 잎맥 따위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연잎은 추상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가 연꽃이나 추상적인 연잎에 맺힌 물방울 또는 연꽃 위에 앉은 잠자리 따위는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흔히 비유하듯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리얼하게 보인다. 아니 자세히 보면 사진보다도 더욱 명료하다. 이처럼 추상적인 이미지와의 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실적인 이미지의 리얼리티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그는 오랜 동안 누드 소묘작업을 해왔다. 크로키와 소묘를 병행함으로써 선의 유연성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실 그의 작업에서 누드 소묘는 담채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본격적인 유채 누드화를 그리는 일이 거의 없다. 인물화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이다. 그의 그림에서 인물은 풍경 속의 일부로서 존재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인물이 중심이 되는 그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아마도 그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그 자신의 성격에서 비롯되리라는 생각이다. 정태적인 대자연의 그 신묘한 아름다움에 취하다보면 동적인 인물은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다.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건 그는 인물화의 경우에는 여체 소묘 정도로 그친다. 여체 소묘는 대체로 담채로 마무리되는 일이 많은 데 역시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적이다. 정태적인 포즈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관능적인 면이 억제되는 대신에 순정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연필 선에다가 담채가 얹힘으로써 그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고 순결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누드화의 성격은 그 자신의 심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체를 끝없이 순정하게 보는 그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꽃처럼 순수한 이미지인 셈이다.

소재 및 제재가 무엇이든지 그의 그림에서는 항상 따뜻한 시선이 감지된다. 이는 세상과 만나는 그 자신의 마음자세에서 비롯된다. 모든 물상을 아주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으로 연이나 수련 따위의 소재에 대해서는 아주 바짝 다가간다. 그럼으로써 이들 소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깊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시각적인 이해가 높아지게 된다. 우리가 그의 그림에서 보고 있는 연꽃이나 수련의 꽃 그리고 잠자리나 물방울 따위는 실제보다 미화되거나 강조되고 있다. 실제의 형태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의 미적 감흥으로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그가 현실에서 보고 있는 것은 실제에 대한 아름다움이지만 그의 눈을 거쳐 마음속에 투영되는 이미지에는 이미 감정이 개입된다. 그리고 그 마음속의 이미지가 손의 기능을 거쳐 캔버스에 투사될 때는 이미 현실성은 사라지고 만다. 대신에 거기에는 회화적인 환상만이 자리할 따름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현실을 빙자한 회화적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들 어떠랴. 그가 꾸며내는 가공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세상에 대한 한 예술가의 감동적인 진술에 다시 감동하면 그 뿐인 것이다.

그의 그림은 그런 감동을 우리에게 나누어주려는 것이다.

Featured Artworks “김인화” 작가의 주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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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x 72.5 cm (20.9 x 28.5 in)

캔버스, 오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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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화
 김인화

Bio

  • 2004 개인전 (조선일보미술관)
  • 1996 개인전 (서울 갤러리)
  • 1991 개인전 (부산 롯데 한성화랑)
  • 1989 개인전 (白 갤러리)
  • 1982 개인전 (古화랑)
  • 1980 개인전 (관훈미술관)
  • 2003 이오스 갤러리 오픈초대전, 가일미술관 오픈초대전
  • 2003 박수근미술관개관전 (박수근미술관)
  • 2002 중진작가32인초대전 (한스갤러리)
  • 2002 몽마르뜨개관전 (하나갤러리 오픈전)
  • 2000 광주비엔날레특별전
  • 1999 뉴밀레니엄 아트 페스티벌
  • 1999 환경전, 물의 풍경전
  • 1998 서울아카데미전 (서울신문갤러리)
  • 1997 12인의 중견작가 소품역작전 (후정갤러리)
  • 1997 사랑-그 기쁨이 담긴 그림 초대전 (현대아트갤러리)
  • 1990 중앙대학교 동문전
  • 199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
  • 1989 롯데미술관초대전 : 아름다운 서울 (롯데미술관)
  • 1988 서울갤러리88 초대전 (서울갤러리)
  • 1984 한국구상미술의 현장전 (국립현대미술관)
  • 1984 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
  • 1982 한국미술협회전 (ABUD아랍)
  • 1982 서울아카데미전 (아랍문화회관)
  • 1980 르 싸롱전 (프랑스)
  • 2018 대한민국 나눔 대상(서울특별시장상)
  • 2017 세계문화예술교류대상 수상(국회)
  • 2007 한국구상미술대제전 특별상 수상
  • 1988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 1982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 1981 국전 입선
  • 1980 목우회 공모전 대상
  • 1979 목우회 공모전 특선
  • 국립현대미술관 대연 300호, UN본부 사무총장 공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주 한국대사관, 호암미술관, 미술은행, 박수근미술관,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병원, 제일생명, LG본관, LG연수원, 한신증권, 중앙산업, 진주대첩 임진왜란도 300호(전쟁기념관), 공군기상도 벽화, 산립장군과 탄금대 임진왜란 기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