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렬은 최근 회화에서 어린 시절의 공상과학적 몽상과 가상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소환하여 자신의 작업으로 소화한다. 로봇의 몸을 입은 사이보그 자화상, 우주에 떠 있는 미래 도시, 최첨단 과학 기지와 같은 건축물 등 공상과 상상은 성인이 된 지 오래인 작가의 마음을 언제나 설레게 한다. 가히 ‘플라스틱 메커니즘(Plastic Mechanism)’이라 부를 만하다. 번역어로 ‘소성(塑性) 원리’로 불리는 이것은 “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러한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수지 매체가 견지한 물리적인 ‘비가역성(非可逆性, Irreversibility)’은 그의 회화를 미래 지향적 상상으로 지속적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