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향 Jung Sukhyang 1971
꽃을 보면 삶의 궤적과 함께 지난날 추억이 그대로 겹쳐 나타난다. 체화(體化)된 경험이 꽃이란 대상에 그대로 묻어나 향기로 피어나기도 하고, 그 향기가 영적인 신비로움을 자아내어 그 속에 머물고 싶은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확장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추억이 작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도 된다. 꿈으로 가는 과정이 꽃이고, 꽃 속에서 꿈을 꾼다. 꽃을 그리면서 이상적 상태를 느끼고 황홀경(ecstasy)에 이르는 특별한 경험을 거친다. 꽃이 지니는 형태, 색채, 질감뿐 아니라 수술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며 옹기종기 대화를 나누는 다소곳한 분위기가 정겹다. 더욱이 꽃이 지닌 입체성 덕분에 꽃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착각도 일으킨다. 꽃에는 직선은 없다. 모두 곡선이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기 때문에 꽃이 자연을 그대로 응축한 오브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