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두 LIM Jongdoo 1964
임종두는 우리가 환호할 수밖에 없는 색채의 향연(饗宴)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는 주체가 관계 맺고 있는 세계와의 조화를 추구해서 얻은 절정의 메타포를 현란하게 보여준다. 복사꽃이 피고 햇살이 황홀한 봄날이나 은행잎이 가득한 만추의 계절이 무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허공에서 제 부챗살 활활 젓는 색감의 오르가즘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세상의 수많은 의미들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그림을 읽는(讀畵)’ 일 또한 마땅히 행복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
충만한 나뭇잎들이 사정없이 존재의 심연에 나부끼며 울렁거릴 때, 화폭으로 걸어 들어가 여인과 새와 물고기들과 만나 사랑을 이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것은 은행나무가 견딘 천년의 세월까지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전통적인 오방색의 진정한 승리이기도 하다. 임종두의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내면으로 심미적 천둥소리가 몰려온다.